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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교육

윤선도 만흥 원문 전문 현대어 풀이 해설 작가 정보 감상 주제

by India 2024. 10.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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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漫興(만흥) 

   [1]
 산슈간 바회아래 집을 짓노라 니
 그 몰론 들은 웃다 다마
 어리고 햐암의  내 분인가 노라.

   [2]
 보리밥 풋을 알마초 머근 後(후)에
 바횟긋 믉의 슬지 노니노라
 그나믄 녀나믄일이야 부 줄이 이시랴

   [3]
 잔들고 혼자 안자 먼 뫼흘 라보니
 그리던 님이오다 반가옴이 이리랴
 말도 우움도 아녀도 몯내 됴하노라

   [4]
 누고셔 三公도곤 낫다더니 萬乘이 이만랴
 이제로 헤어든 巢父許由ㅣ 냑돗더라
 아마도 林泉閑興을 비길곳이 업세라

   [5]
 내셩이 게으르더니 허히 아실샤
 人間萬事 일도 아니맛뎌
 다만당 토리업슨 江山을 딕회라 시도다

   [6]
 江山이 됴타 내分으로 누얻냐
 님군 恩惠 이제 더옥 아노이다
 아므리 갑고쟈 야도 올 일이 업세라.

- <고산유고> 중 <산중신곡>


  [전문 풀이]
   [1]
  산수간 바위 아래에 띠풀로 이은 집을 짓고 살려고 하니,
  나의 그 뜻을 모르는 남들은 비웃고들 있지만,
  나같이 어리석은 시골뜨기의 마음에는 이만하면 내 분에 맞는 일인가 여겨진다.
▶ 안분지족의 삶

   [2]
  보리밥과 풋나물을 알맞게 먹은 뒤에,
  바위 끝 물가에서 실컷 노니노라.
  그 나머지 다른 일이야 부러워할 것이 있으랴.
▶ 안빈 낙도의 삶

   [3]
  잔을 들고 혼자 앉아서 산을 바라보니 참으로 좋구나.
  그리워하던 임이 찾아온다고 이렇게까지 반가우랴
  말하거나 웃지 아니하여도 나의 마음을 끝내 흐뭇하게 해 주어 더욱 좋아하노라.
▶ 산과의 혼연 일체

   [4]
  누군가가 상공보다 낫다고 하지마는 만승천자라고 한들 이만큼 좋겠는가
  이제 생각해보니 소부와 허유가 영악했도다. 
  아마도 자연속에서 노니는 즐거움은 비길 데가 없어라.
▶ 강호 한정의 삶

   [5]
  내 성질이 게으르더니 하늘이 아시고서,
  인간 만사를 하나도 맡기지 않으시더니,
  다만 한 가지 다툴 것이 없는 강산(江山)을 지키라 하시도다.
▶ 자연 귀의의 삶

   [6]
  강산이 좋다고 한들 내 분수로 누었겠는가
  임금님의 은혜를 이제야 더욱 알겠노라.
  (그러나) 아무리 갚고자 하여도 해드릴 일이 없구나.
▶ 임금의 은혜 찬양

■ 작자 
윤선도(尹善道, 1587~1671) : 본관 해남(海南). 자 약이(約而). 호 고산(孤山) ·해옹(海翁). 시호 충헌(忠憲). 1612년(광해군 4) 진사가 되고, 1616년 성균관 유생으로 권신(權臣) 이이첨(李爾瞻) 등의 횡포를 상소했다가 함경도 경원(慶源) 등지에 유배되었다. 1623년 인조반정(仁祖反正)으로 풀려나 의금부도사(義禁府都事)가 되었으나 곧 사직하고 낙향, 여러 관직에 임명된 것을 모두 사퇴했다. 1636년 병자호란(丙子胡亂) 때 왕을 호종하지 않았다 하여 영덕(盈德)에 유배되었다가 풀려나 은거했다. 저서에 <고산유고(孤山遺稿)>가 있다. 


■ 어구 풀이
[1]
   산수간 : 자연 속, 정계(政界)와 결연된 곳
   띠집 : 띠로 지붕을 이은 집
   그 모른 : 그 마음을 모르는
   어리고 : 어리석고
   향암에 : 시골의 무식한 사람의
   뜻에는 : 생각으로는
[2]
   보리밥 풋나물 : 거친 음식
   알마초 : 알맞게
   슬카지 : 실컷
   노니노라 : (계속해서) 놀고 있노라
   그나믄 : 그 밖의
   녀나믄 : 나머지 다른(벼슬살이)
   부럴 : 부러울
[3]
   오다 : 온다고
   아녀도 : 않아도, 아니 하여도
[4]
   누고셔 : 누가
   삼공 : 삼 정승(영의정, 좌의정, 우의정)
   도곤 : 보다
   만승 : 임금자리
   이제로 : 이제 와서
   헤어든 : 헤아려 보니, 생각해 보니
   약돗더라 : 약았더라, 영리하더라
   임천한흥 : 자연을 즐기는 한가로운 즐거움
[5]
   성이 : 성질, 성품
   아라실샤 : 아시는구나
   맛뎌 : 맡겨
   다만당 : 다만
   다툴 이 : (서로 가지려고) 다툴 사람
[6]
   됴타 : 좋다
   분 : 분수
   해올 : 시킬, 임금이 시킨

■ 핵심 정리
   작자 : 윤선도
   종류 : 연시조
   성격 : 한정가
   표현 : 설의법
   제재 : 자연을 벗하는 생활
   주제 : 자연에 묻혀 사는 은사(隱士)의 한정(閑情)

■ 감  상
작자가 병자호란 때(1642) 왕을 호종(扈從:임금이 탄 수레를 호위하여 따르던 일. 또는 그런 사람)하지 않았다 하여 영덕에 유배되었다가 풀려나 해남 금쇄동에 은거하고 있을 때 지은 것인데, 산중 신곡(山中新曲) 속에 있는 전 6수로 된 연시조로서, 귀양살이에서 풀려나 산중생활을 흐뭇하게 즐기는 심정을 읊으면서도 임금님의 은혜를 잊지 않는 지극한 충심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고, 그것을 모두 성은으로 돌리고 있음은 조선 시대 선비들의 공통된 의식 구조라 할 수 있겠다.
이 시조는 자연 속에서 자연과 친화하며 사는 삶을 노래하고 있다. 그런데 그 속에는 세속과 동떨어져 자연 경치를 완상하며 살아가는 은거자의 삶이 부귀공명을 추구하며 살아가는 것에 비해 월등히 낫다는 가치관과 자부심이 담겨 있다. 안빈낙도의 삶은 '띄집, 보리밥, 풋나물' 등의 시어에서도 확인되지만, 그의 자부심은 제 3수에서도 선명히 드러난다. 또한 시적 화자는 세속 사회와 교섭을 끊고 먼 산의 경치를 바라보면서 혼자 술잔을 기울이고 있는데, 이는 '그리던 임'이 와도 더 이상 반갑지 않을 정도로 산수의 아름다움에 매료되어 있음을 드러내는 것이다. 즉 화자는 문득 마음 속에 다가오는 산의 모습에 말 없는 말과 웃음 없는 웃음을 느끼면서 황홀한 기쁨에 젖는 것이다. 산수에 몰입하여 무아경에 든, 산같이 의연하고 고고한 시인의 모습이 드러난 것이다.

 



■ 각 연별 내용과 주제
1연은 혼란한 정계에서 벗어나 인간을 멀리하여 심산유곡에 들어가 자연과 생활하고 있는 것을 보고, 나의 고매한 진의를 모르는 세인은 이러니 저러니 비웃고 떠들지만, 내 우직한 성격으로 판단하면 이것이 나다운 생활의 본령이라는 것이다. 곧 이 시조의 이면에는, 사회의 현실상과 자기의 이상이 도저히 융화되지 못함을 알 때에는 고인의 도를 밟아 깨끗이 명리를 버리고 거짓과 속임이 없는 자연을 찾아서 정신적으로 평화로운 생활을 하는 것이 좋다는 도피 사상과 결백성이 깃들여 있다.
2연은 유인이 되어 검소하고 담박한 의식에 만족하며, 자연을 마음껏 완상하는 생활의 진취를 갖게 되었다. 그러니 부귀와 공명 따위는 부러워할 것이 없다는 것이다. 극히 평범한 사상을 솔직하게 표현하였다. 그리고 '보리밥, 풋나물'은 한시나 다른 시조에서 보기 드문 말로서, 향토적인 미각을 나타냈을 뿐만 아니라, 고산이 아니면 가능성이 없는 순 한국적 감촉을 가진 말이다. 한학자인 고산이 이런 말을 그의 시조 창작 상에서 구사하여 그 효과를 십이분 나타내었다는 것은 그가 얼마나 시조에 능수능란하였던가를 엿볼 수 있게 한다.
3연은 작자가 울적한 마음을 풀고자 혼자 술잔을 기울이고 있다가 우연히 먼 산의 아름다운 경치를 바라보았을 때 경(景)과 의(意)가 융합되는 순간 즉흥적으로 나타난 시상을 노래한 것이다. 대자연에 도취되어 손에 잡고 있던 술잔마저 잊어버리고 있던 작자의 모습을 상상하게 한다. 여기에서는 자신이 자연 속에 녹아드는 순간 무념무상의 경지에 이르렀을 뿐만 아니라, 자신도 먼 산과 같이 태연부동하여 만사에 초연 자약할 수 있는 자신을 얻은 심경이라고 보고 싶다. 현세로부터 도피하여 인간과의 교섭을 끊고자 한 고산이었지만, 혼자서 술을 마시고 있을 때에 뜻밖에 사모하던 임이 찾아온다면 반가움이 말할 수 없으리라. 그러나 고산은 말과 웃음을 주고, 받을 수 있는, 인간 중에서 가장 사랑하며 그리던 임보다도 말도 웃음도 없는 자연이 좋다고 구가한 것이다. 고산 자신의 말과 같이 그가 자연을 유달리 사랑하는 버릇과 염세기인의 사상이 깃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5연은 자기의 성품이 나태하다고 말하고 인간 만사 중에 무엇이나 이루지 못했다고 자기의 무능 무위를 솔직히 말한 곳에 겸양의 미덕이 숨어 있고, 또 조화의 명수를 좇으면서 조금도 세정을 원망하는 것이 보이지 않는다. 숙명론자인 약점은 다소 있으나, 확고한 신념 아래 사는 사람의 체관적 태도가 엿보인다. 조화의 명수를 좇아 아무도 다툴 이가 없는 자연을 마음껏 완상하고 자연을 지키고 있으리라는 천명의 당위성을 자각하고 있는 모습은 고산 같은 인격에게나 있을 법한 뜻깊은 말이라 할 것이다.   (출처 : 이재수의 윤고산 연구에서)

󰏐 ' 만흥'에 드러나는 안빈낙도의 지향과 자부심
이 시조는 자연 속에서 자연과 친화하며 사는 삶을 노래하고 있다. 그런데 그 속에는 세속과 동떨어져 자연 경치를 완상하며 살아가는 은거자의 삶이 부귀공명을 추구하며 살아가는 것에 비해 월등히 낫다는 가치관과 자부심이 담겨 있다. 안빈낙도의 삶은 '띄집, 보리밥, 풋나물' 등의 시어에서도 확인되지만, 그의 자부심은 제 3수에서도 선명히 드러난다. 또한 시적 화자는 세속 사회와 교섭을 끊고 먼 산의 경치를 바라보면서 혼자 술잔을 기울이고 있는데, 이는 '그리던 임'이 와도 더 이상 반갑지 않을 정도로 산수의 아름다움에 매료되어 있음을 드러내는 것이다. 즉 화자는 문득 마음 속에 다가오는 산의 모습에 말 없는 말과 웃음 없는 웃음을 느끼면서 황홀한 기쁨에 젖는 것이다. 산수에 몰입하여 무아경에 든, 산같이 의연하고 고고한 시인의 모습이 드러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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