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밤의 부던 람에 눈서리 치단말가
落落長松(낙락 장송)이 다 기우러 가노라
물며 못다 픤 곳이야 닐너 므슴리오
- <진본 청구영언>
[전문 풀이]
간밤에 불던 몹쓸 바람에 눈과 서리까지 몰아쳤다는 말인가.
푸르던 낙락장송도 그리하여 다 쓰러져 가는구나.
하물며 다 피지 못한 꽃이야 말해서 무엇하리오.
■ 어구 풀이
람 : 세조의 정변, 계유정란
낙락장송 : 김종서, 황보인을 위시한 조정의 충신들
못다픤 곳 : 이제 막 벼슬길에 나간 유생들, 젊은 선비들
■ 핵심 정리
작자 : 유응부(兪應孚;?-1456) 조선 초기의 무신이며, 자는 신지(信之), 호는 벽량(碧梁)이다. 동지중추원사를 지냈으며 시호는 충목이다. 사육신(死六臣)의 한 사람인 아까운 충신으로서 최후를 마쳤다.
갈래 : 평시조
성격 : 풍자적
구성 : 과거, 현재, 미래의 시간적 순차에 따른 구성
제재 : 중신들의 죽음
주제 : 세조 일파의 무차별한 인재 살육 개탄
■ 감 상
이 시조는, 나라의 큰 기둥인 중신(重臣)이든, 앞으로 유망한 젊은 신하든 닥치는 대로 생명을 앗아버리는 세조 일파의 잔학한 처사를 한탄하며 정변(政變)으로 인한 인재들의 희생을 개탄하고 있는 작품이다. 각 장을 과거, 현재, 미래의 시간적 순서에 의하여 배열하면서 일어나는 사건들을 은유적 수법으로 처리하여 표현의 효과를 거두고 있다.
사실 은유(隱喩)는 시의 기본 원리(基本原理)일 뿐만 아니라 가장 생 명력 있는 언어의 원리다. 하지만 이 작품에서의 '은유'는 고도의 기술을 지닌 '은유'라기보다는 흔히 고대 문학에서 구사(驅使)하는 상투적인 '은유'라고 할 수 있어 표현상의 기교는 크게 칭찬할 만한 것은 못되는 듯하다.
이 작품에서의 보조 관념들을 원관념으로 대체해서 다시 이렇게 해석할 수 있다. 지난번의 정변(政變)에, 더군다나 수양 대군의 포악함까지 곁들인단 말인가. (진실로 국가를 염려하는) 중신들이 다 죽어가는구나. 하물며, 정의로운 젊은 학사들의 운명이야 말해 무엇하리오. 유응부가 단종을 생각하며 정의를 위해 싸우던 김종서, 황보인 등이 먼저 수양대군에게 참살을 당하매 그를 슬퍼하고 분하게 여기어 지은 것이라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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