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마귀 검다고 白鷺(백로)야 웃지 마라
것치 거믄들 속좃 거믈소냐
것 희고 속 거믄 즘은 네야 긘가 노라
- <진본 청구영언>
[전문 풀이] 까마귀가 겉으로 보기에 검다하고, 백로야 비웃지 말아라.
비록 겉이 검을지라도 속마음까지 검은 줄 아느냐?
사실 겉이 희면서도 속이 검은 것은 바로 네가 아니더냐?
■ 핵심 정리 작자 : 이직(李稷 1362-1431) 고려 말 조선 초의 문신. 고려 때 예문관제조를 지내고, 조선 개국 후 공신이 되었으며, 태종 때는 영의정을 지냄
갈래 : 평시조
성격 : 절의가(節義歌).
풍자적 표현 : 의인법
제재 : 가마귀
주제 : 소인에 대한 훈계와 스스로의 결백 주장. 조선 왕조에 가담한 자기를 비웃는 자들에 대한 항변. 표리부동(表裏不同)한 인물에 대한 풍자
■ 감 상
이 시조는 고려가 멸망하자 고려 유신들은 절의를 지키며 초야에 묻혀 망국의 한과 새 왕조에 가담한 자에 대한 비판의 화살을 던졌다. 여기에 새 왕조에 가담한 이들은 자기 합리화와 정당성을 작품으로 나타내게 되었다. 고려 왕조가 망한 뒤 일부 고려 유신들은 절의를 지키며 새 왕조에 가담하지 않았지만, 한편으로 새 왕조에 가담한 자들도 있었다. 이 작품은 조선 건국의 개국 공신이며 태종 때 영의정을 지낸 이직(李稷)의 작품으로 새 왕조에 가담하여 두 왕조를 섬기게 된 자신의 자기 합리화와 정당성을 노래했다.
그러니까 조선 창업에 동참했던 지은이가 자신의 행위를 옹호하고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해 지은 것으로, 여기서 ‘백로’는 고려조(高麗祖)의 유신(遺臣)들을 뜻하는데, 자신을 검다 하고 비웃지만 실상 겉이 희고 속이 검은 자들을 비난하고 있다. 초장에서 구차하게 연명해 가면서 남을 비방하는 무리[‘백로’로 비유]를 힐문하면서 중장에서 자기의 결백성을 표명하였으며, 종장에서는 다시 비판자들을 힐책하는 수미 쌍관법의 수법을 사용하였다.
까마귀와 해오라기(白鷺)의 경우와 비교, 곧 우유(寓喩賣 ; allegory)에 의해 겉과 속이 다른 소인배들에 대하여 신랄한 비판을 가하고 있다. 비록 까마귀는 겉은 검고 흉악한 모습일지라도 새끼가 다 자란 후에 어미에게 먹이를 물어다 보답할 정도로 효행(孝行)이 지극한 동물이라 하여 예로부터 흔히 반포조(反哺鳥)라 불리고 있다. 여기에 비해 해오라기는 겉은 청순하고 순결하며 아름다운 듯하지만 속은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마치 우리 슥담의 ‘빛좋은 개살구’격이라고나 할까. 겉으론 군자인 체하면서도 실제는 그렇지 믓한 인간들, 겉으론 우국지사(憂國志士)인 듯하면서도 속은 그렇지 못한 위선자들을 까마귀와 백로의 예를 들어 풍자하고 있는 작품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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