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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교육

이육사 '광야' 시 해석/ 모의고사 평가 문제

by India 2023. 8.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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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야(曠野)

 

이육사

 

까마득한 날에 
하늘이 처음 열리고 
어데 닭 우는 소리 들렸으랴.

모든 산맥들이
바다를 연모(戀慕)해 휘달릴 때도 
차마 이곳을 범(犯)하던 못하였으리라.

끊임없는 광음(光陰)을 
부지런한 계절이 피어선 지고
큰 강물이 비로소 길을 열었다. 

지금 눈 내리고  
매화 향기(梅花香氣) 홀로 아득하니 
내 여기 가난한 노래의 씨를 뿌려라.

다시 천고(千古)의 뒤에 
백마(白馬) 타고 오는 초인(超人)이 있어 
이 광야(曠野)에서 목놓아 부르게 하리라. 

 

 

 

 

시 해석

 개인적으로 한국식 의무 교육 과정의 국어 교육법을 좋아하지 않는다. 특히 문학에 적용되는 <주제 찾기>식 교육은 더더욱 싫다. 시를 꼭 하나의 해석으로 바라보는 것도 웃기는 노릇이고, 시인도 자기가 지은 작품의 언어영역 문제는 틀렸다는데, 언어영역에서 학생에게 묻고자 하는 국어 역량이 구체적으로 뭔지 잘 모르겠기도 하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시를 너무 자기 식으로 해석하는 것도 지양해야 한다고 본다. 즉, 비약적 해석은 지양해야 한다. 아무리 시를 해석하는 관점이 다양하고 자유롭다고 하더라도 시 자체가 가지고 있는 맥락과 분위기를 이탈해서 시를 보는 건 올바른 작품 감상은 아니기 때문이다.

 

시는 물론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다. 그러나 시인이 의도한 바가 아예 없지는 않으므로 얼추 그 주제와 분위기에 가깝게 해석하는 게 시를 감상하는 올바른 태도이자, 좋은 예술작품을 창작해준 시인에 대한 예의가 아닐까 싶다. 이육사의 시 역시 마찬가지라고 본다.

 

위의 시 <광야>말고 <청포도>의 경우도, 시 자체만 보면 이육사의 시는 굉장히 이미지적이고 감각적이라는 게 나의 감상이다. 주제가 조국 독립에 대한 염원일 지 몰라도, 그런 무거운 이념적인 주제를 다룬 시지만 이육사 시인이 취하고 있는 표현법은 황홀할만큼 감각적이다. 

 

<광야>를 읽다보면 첫 연에서 '하늘이 처음 열리고', '닭 우는 소리 들린다', 라는 표현을 통해 천지개벽과 같이 하늘이 쫙 갈라지는 광활한 이미지가 떠오른다. 치킨으로 튀겨져 밥상에 올라오는 '닭'도 왠지 그의 시 속에선 전설의 동물과도 같은 무게감을 가진다.

 

'산맥들이 바다를 연모에 휘달린다.'라는 표현은 또 어떤가. 이 시구 하나가 나에게 전달하는 이미지는 정말인지 엄청나게 역동적이고, 동시에 남성적이다. 자연의 원초적 힘이, 원시적 힘이 느껴져서 피가 끓는 그런 묵직한 느낌이다. 그렇게 큰 강물이 비로소 길을 열고, 광활하게 뻗쳐진 원시적 자연에 '매화 향기'가 홀로 아득하다. 이 장면도 엄청나게 감각적이다. 태초의, 원시의 땅에 홀로 아득히 향을 내고 있는 매화라니. 거기다 하얀 눈이라니! 동양적이면서, 역동적이고, 고독하면서 너무나 멋있다. 그리고 그 땅 위에 훗날 초인이 온다고 시인은 예견하고 있다.

 

이육사의 작품은 아이들에게 가르치면서 새삼 내가 다시 보게 되는 거 같다. 청포도도 그렇고, 광야도 그렇고 문학을 공부하면서 느끼지 못했던 그의 남성적인 힘이 시에서 강하게 느껴진다. 산맥, 하늘이 처음 열리고, 이러한 구절에서 느껴지는 자연의 묵직한 힘도 좋다.

 

 

한국 교육식 해석법

광야(曠野)

 

이육사

 

까마득한 날에 
하늘이 처음 열리고 
어데 닭 우는 소리 들렸으랴.

 

/1연: '까마득한 날'을 통해 시제가 과거임을 알 수 있다.

'어데 닭 우는 소리 들렸으랴'는 '어디 닭 우는 소리 들렸다'라는 평서문의 의미로

설의법이 쓰이고 있다.

'닭'은 여기서 '생명'이라는 큰 개념을 의미하므로 대유법이 쓰였다.

 

모든 산맥들이
바다를 연모(戀慕)해 휘달릴 때도 
차마 이곳을 범(犯)하던 못하였으리라.

 

/2연: '산맥'이 '연모'하는 건 의인법(사람이 아닌 것을 사람처럼 표현)

'산맥'이 '휘달리는 것'은 활유법(무생물이 생물인 것처럼 표현)이 쓰였다.

'범 하지 못했다'라는 구절을 통해 광야의 '신성성', '불가침성'을 부각한다.

 


끊임없는 광음(光陰)을 
부지런한 계절이 피어선 지고
큰 강물이 비로소 길을 열었다. 

 

/3연: '광음'을 통해 감각적 이미지를 연상시킨다.

'부지런한 계절'이 피고 진다는 건 '계절'이라는 추상적 관념을

만질 수 있도록 감각적으로 만든 것이다. (추상적 대상의 구체화)

'큰 강물'은 문명이라는 큰 개념을 의미하므로 '대유법'이 쓰였다.


지금 눈 내리고  
매화 향기(梅花香氣) 홀로 아득하니 
내 여기 가난한 노래의 씨를 뿌려라.

 

/4연: '지금'의 시어를 통해 시제가 '현재'임을 알 수 있다.

 

다시 천고(千古)의 뒤에 
백마(白馬) 타고 오는 초인(超人)이 있어 
이 광야(曠野)에서 목놓아 부르게 하리라. 

 

/5연: '천고의 뒤'라는 시어를 통해 시제가 미래임을 알 수 있다.

'초인'은 미래에 오게 될 조국 광복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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