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향성을 잃은 한국 교육계의 현실
교육계가 시끄럽다. 서이초에서 자살한 한 교사의 문제가 붉어지기도 했고, 자폐아 아들을 둔 한 웹툰 작가가 특수 교사를 아동학대로 고소하면서 여론이 시끄러워지기도 했다.
트라우마 같았던 입시를 거쳤고, 잠시 알바로 아이들을 가르쳤었고, 아직 두달밖에 안됐지만 현장에서 지금의 아이들을 지켜본 바, 이 모든 현상들이 마냥 부정적이게만 느껴지는 건 아니다.
흔들리는 딱 그만큼 우리나라 사교육이 잘못된 점이 많았다는 뜻이고, 고쳐야 할 고질병들이 쌓이고 쌓이다가, 묵히고 묵히다가, 터질 때가 되어 터졌다고 생각할 뿐.
우리나라 교육의 가장 큰 문제점은, "학부모의 니즈와, 학생의 니즈와, 선생의 니즈가 다르다는 것"에 있다고 본다. 특히 사교육은 세 사람의 니즈가 엇갈리는 가장 최전방이 아닐지.
대부분의 학부모는 불안함에 학원을 보낸다. 나처럼 고생하면서 살지 말아라, 화이트 칼라의 엘리트가 되면 나처럼 고생은 안하고 돈 많이 벌면서 편하게 살겠지, 그런 생각에, 어떻게 보면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에서 학원에 보낸다.
아이들은? 아무 생각이 없다. 그나마 본인들을 먹여주고 재워주는 가장 가까운 권위자인 부모가 하라고 하니까 하는 거다. 아직 자아가 분명하지 않을 때라, 가라면 가고, 오라면 오는, 꼭두각시에 가까운 상태다. 그러다 친구들을 사귀고, 본인이 좋아하는 일을 찾고, 연애도 좀 해보고, 호불호가 생기면서 비로소 자아가 형성된다. 그리고 이때부터 반항이 시작된다. 가라면 가고, 오라면 오는 부모의 말에 "왜"라는 질문을 던지기 시작하는 것이다. 소위 말하는 "사춘기"가 시작된 것이다.
나의 사춘기
돌아보면 나의 사춘기는 질풍노도 그 자체였다. 친구들과 가장 깊은 감정적 교류를 나눴고, 사고도 이때 가장 많이 쳤으며, 첫 남자친구도 이때 사귀었다. 엄마는, 선생님은 나를 너무나 걱정했지만, 솔직히 말하면 나는 이때가 인생에 두번 다시는 없을 황금기였다. "화양연화"라는 사자성어가 가장 잘 어울리는 시기, 비로소 내가 살아있고, 내가 나라고 느끼고, 하루하루가 생기있던 시기는, 바로 이 사춘기 시절이었다.
그때 내 곁엔 친구와 남자친구가 있었고 가족들과 만들었던 추억 그 이상으로 행복이 가득한, 사랑이 가득한 추억이 쌓였었다.
그리고 고등학생이 되자 난 친구들과 멀어졌고, 남자친구와 헤어졌으며, 대한민국 주입식 교육 체제에 본격적인 참여자가 되었다. 행복했냐고? 사춘기만큼 행복하진 않았다. 왜냐면 공부란 친구랑 남자친구만큼 재밌지도 자극적이지도 않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나에게 공부는 공부 나름이 주는 재미가 있었다. 답을 맞추는 쾌감, 원래 호기심이 왕성해서 뭔가를 알아가는 걸 좋아하는 터라 몰랐던 것들을 알아가며 학구열을 태우는 게 적성에 맞는 편이었다. 그 중 제일 재밌었던 건 영어공부였고, 그 다음이 수학이였고, 아이러니하게도 국어가 제일 재미없었다. 그렇게 국어가 제일 재미없었던 나는 국어국문과 학생이 되었고, 지금은 국어강사가 되었다.
국어가 왜 재미없었냐고? 엄밀히 말하면 "국어교육"이 재미없었다. 왜냐면 대학 국어교육은 나에게 잘 맞았기 때문이다. 국어교육이 재미없었던 건 이유는 교육이 "암기식"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시, 소설의 주제를 외우는 게 재미없었다. 나에게도 나만의 해석이 있었는데 그걸 펼칠 수 있는 장은 중,고등학교 제도권 내에는 없었다.
국어강사가 되고 국어교육의 방향성에 대해 고민하다
그런 나의 성향 때문이었을까. 국어 강사로써 처음 국어교육의 방향성을 잡는 게 내게는 어렵다. 선생님이 주입, 암기식을 싫어하는데 애들한테 주입, 암기를 강요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렇다고 과한 자유를 주며 의무 교육을 외면하고, 무조건 적인 토론, 논술 교육만 하는 것도 답은 아니기 때문이다.
중요한 건 언제나 "균형"이겠지. 또 다른 말로, "중용"일 거고. 국어과목의 장점은 어느정도 문해력이 있으면 점수를 쉽게 받아갈 수 있다는 점에 있다. 본인 스스로 지문을 볼 줄 아는 문해력과 문제를 푸는 요령만 있다면 어렵지 않게 점수를 챙길 수 있는 영역이 바로 언어영역이다. 또한 그렇기에 언어는 장기전이다. 문제 푸는 요령, 스킬은 단시간에 강사가 만들어 줄 수 있지만, 스스로 지문을 마주하는 독해력은 어렸을 때부터 장기적으로 차곡차곡 쌓아가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책을 읽어서 나쁜 점은?
그렇기에 국어 교육은 선행이 필요하다. 그렇다고 월화수목금 내내 학원을 뺑뺑이 돌리는 그런류의 선행을 말하는 건 아니다. 어려운 책에 도전하고, 독서 습관을 키우고, 독서를 통해 문해력을 기르는 건 어렸을 때부터 시작해야 하는 일이 맞다.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차근차근 나이에 맞는 책을 적게는 한달에 한 권, 많게는 일주일에 한 권씩 읽고, 책을 이해하고, 감상을 스스로 써내려가는 능력. 그것만 조금씩, 장기적으로 길러도 중, 고등학교 내신 및 수능 점수는 쉽게 얻어갈 수 있다. 이 부분만 잡혀도 나머지 과목 공부할 시간은 거저 얻고, 언어능력이 상승하면 다른 공부가 쉬워지는 건 더 말할 것도 없다. 다른 과목 공부가 싫으면 죽어라 독서, 글쓰기 습관만 잡아서 블로그로 먹고 살 능력을 만드는 것도 나쁘지 않다. 요즘은 더더욱 그런 능력이 강점이 되는 세상이니.
글을 길게 쓰긴 했지만, 결과적으로 하고 싶은 말은 이거다. 책을 읽고 글을 써서 인생에서 밑지는 일은 없다는 것이다. 국어점수도 잘 받을 수 있고, 하다 못해 블로그로도 먹고 살 수 있고, 연애할 때 편지도 더 잘 쓸 수 있다. 손해볼 건 하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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