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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주식공부

주식 시장에서 차입이 의미하는 바는? (feat. 삼성 전자 20조 차입 사례)

by India 2023. 2.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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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시장, 기업을 믿느냐 마느냐의 문제

주식 공부를 했다고 하기도 뭐한, 깔짝거리는 입장에서 항상 갈등되는 부분은 기업을 믿어야 되냐 마냐는 문제입니다. 예전에 잠시 주식 소모임 스터디를 했을 때 대다수의 스터디원들이 기업을 믿지 않는 것을 보고 좀 놀라기도 했어요.

 

제가 순진한 것일 수도 있지만 카카오게임즈를 사고, 카카오가 만든 코인을 살 때는 적어도 그 기업에 대한 우호적인 태도 내지 때로는 광신으로 오해받을 수 있는 믿음을 어느정도는 가지고 있어야 되지 않나.. 싶었거든요. 물론 극단적으로 기업을 믿는 것도, 또 극단적으로 기업을 배척하는 것도 둘 다 답이 될 수는 없겠죠. 특히나 카카오게임즈의 경우는 실제로 자회사 상장 관련해서 개미 투자자들에게 욕을 잔뜩 먹기도 했었으니까요.

 

이런 일련의 고통스러운 오답지 선택 과정을 거치면서, 기업을 믿느냐 마느냐는 별 의미가 없다는 결론에 이르게 됩니다. 특히나 주식이나 부동산 시장의 경우 상승에도, 하락에도 뚜렷한 1:1 답을 찾기가 어렵잖아요. 수학 문제마냥 딱 하나의 답이 나오지 않는 곳이니까요. 다만 상승과 하락이 있을 뿐이고, 그 다음에 그 상승과 하락에 대한 다양한 이유가 나오곤 하죠.

 

최근에 삼성전자가 삼성디스플레이에서 20조를 차입했다는 소식은 저에게 다시 한 번 기업을 믿어야 되나, 말아야 되나의 화두를 부각시켰습니다. 대부분 아시다시피 지금 이 시기(23.02.28)는 경제 불황기에 접어드는 시점이고, 반도체 대표 기업인 TSMC를 포함한 인텔 등의 기업들이 경제 불황을 이유로 투자를 멈췄죠. 근데 불굴의 의지를 가지고 있는 삼성만이 반도체에 관한 투자를 멈추지 않고 계속하겠다고 발표했어요. 그것도 대표 주주로 있는 삼성디스플레이에 20조를 차입하면서까지 말이에요.

 

주식 시장에서 차입의 의미

주식 시장에서 차입은 기업을 운영하는 과정에 필요한 자금 및 투자를 위해 조달한 금액을 말합니다. 이번 삼성전자의 행보가 유독 더 눈에 띄는 이유는, 삼성전자는 기본적으로 차입을 많이 하는 기업이 아니기 때문이에요. 채권도 거의 발행하지 않으며, 115조가 넘는 현금을 가지고 무차입 경영을 하기로 유명한 회사기 때문이죠.

 

근데 이러한 삼성전자가 차입까지 하면서 반도체 공장 증설에 투자를 한다? 이건 사실상 엄청나게 공격적인 투자인 겁니다. 20조원을 4.6%에 차입했으니, 1년의 이자비용이 1조원인데 이걸 감당하면서까지 투자를 하겠다는 거예요. 경제불황으로 인해 영업이익이 4.3조원에 멈춰, 영업이익과 현금흐름으로는 시설 투자가 감당이 안되니 사실상 차입을 결심한 것이죠. 이러한 투자를 통해 삼성전자는 현재 3공장까지 지어진 평택 공장을 4공장, 5공장까지 증설한다고 합니다.

 

이러한 삼성전자의 행보는 경제 불황이지만, 반도체 사업의 비전과 가능성을 봤기 때문에 공격적 투자를 멈출 수 없다고 해석할 수 있죠. 실제로 경쟁사들이 불황을 이유로 투자를 멈추는 지금, 삼성전자가 주도권을 잡고 공격적인 투자를 통해 기술력을 향상 시킨다면, 불황이 끝나고 난 뒤 엄청난 수혜를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남들이 쉴 때 일하는 사람이 훨씬 앞서가는 사람인 건 분명하니까요.

 

삼성전자의 현재 주가는 60,700원입니다. 경제 불황이 끝난 뒤의 주가는 어떻게 될까요? 지난 10년간 이러한 공격적인 투자로 국내 1위 기업임은 물론, 글로벌 1위 기업임을 증명해온 삼성전자의 다음 행보가 기다려집니다. 누군가는 이러한 삼성전자의 행보를 두고 부정적인 해석을 하기도 합니다. 어떤 해석을 믿을 지는 개인에게 달린 일이긴 합니다. 기업의 비전을 보고 공격적인 투자를 감행한 것인지, 아님 당장의 자금 조달을 위해 무모한 행동을 보여준 것인지... 한 가지 상황을 보고도 수많은 사람들은 각자의 세계관에 맞게 해석합니다. 어떤 해석이 맞을까요? 카카오게임즈 종목을 두고 너무 나이브한 해석을 했던 제 지난 과오가 떠오릅니다. 그렇다고 이번엔 기업을 믿지 말아야 될까요?

주식시장의 묘한 매력은 여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믿어서도, 배척해서도 안되며, 오늘의 시장이 내일의 시장과 같지 않으며, 기업의 태도 역시 하루아침에 달라질 수 있음을.. 즉 너무 많은 변수가 존재하는 곳이라는 것. 카카오게임즈는 결국 자회사 상장을 철회하겠다고 발표하면서 논란을 종식이라 쓰고 보류라 읽는... 식으로 마무리했습니다. 그렇다면 제 믿음은 잘못된 것이었을까요? 유명한 일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시간을 내편으로 만들라고. 주식시장에도 이 말은 해당된다고 봅니다. 시간을 내 편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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