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편 카드로 에르메스를 질러버린 어느 날의 기록
사건은 평범한 수요일, 흐린 날씨 속에서 일어났습니다. 별다르게 특별할 것 없었던 하루였는데, 왜 그랬을까요. 기분이 너무 꿉꿉하고, 머리도 지끈거리고, 점심은 또 대충 때웠고… 그 순간 머릿속에 번뜩 든 생각. “그래. 나, 백화점이나 잠깐 갔다 오자.” 아무 생각 없이 들어간 백화점이었어요. 진짜 ‘구경만’ 하고 올 생각이었거든요. (진심이었음.) 그런데, 사람 마음이 어디 계획대로만 움직이나요?
🧡 향기 하나에 모든 게 무너졌다
에르메스 매장 앞을 그냥 스치려고 했는데, 문 열릴 때마다 은은하게 퍼지는 시트러스 계열 향기가 나를 붙잡았습니다. 예전에 에르메스 향수 시향하다가 ‘오 드 오랑쥬 베르트’ 이 향 너무 좋다, 하고 마음속으로 찜해뒀던 거 기억나시죠? (…기억 안 나신다면, 제 지난 소비기록을 살펴보시면 됩니다.) 그날도 마침 그 향이 코끝을 스치는데… 딱 그거예요. 사람 마음이 확 무너지기 딱 좋은 타이밍. 직원분이 다가와서 “한 번 뿌려보실래요?” 하는데 거기서 “아뇨, 그냥 볼게요” 할 사람이 얼마나 되겠습니까. 뿌리는 순간, 끝났어요.
💸 결제는… 갑자기 남편 카드?
향에 취한 채 카운터로 가서 결제를 하려는데 내 카드가 그날따라 딱! 결제 한도 초과. 아차차. 맞다, 지난주에 친구 생일 선물 사느라 한도 조정한 걸 깜빡했지 뭐예요. 현금도 없고, 너무 민망하게 돌아설 수도 없고… 지갑을 다시 뒤적이다가 남편 카드가 슬그머니 눈에 띄더라고요. 사실 그 카드는 '비상용'으로 한 번 넣어둔 거였는데, 그날따라 참 ‘시의적절하게’ 등장했습니다. "이건… 우주의 신호다." 라는 아주 유연한 자기 합리화를 한 뒤, 결제 완료. 마음이 어쩜 그렇게 가벼워지는지요. 마치 향수보다도 뿌듯했던 그 순간.
👀 그리고 남편의 리액션
저녁에 집에 들어오자마자 남편이 핸드폰을 들여다보더니 조용히 물어보더라고요. “음… 혹시… 오늘 에르메스에서 결제한 거, 당신이지…?” 순간 움찔했지만, 저는 최대한 자연스럽게 웃으며 대답했어요. “응응! 당신 카드로 향수 하나 샀어. 나 오늘 완전 힘들었거든~ 나 자신에게 주는 선물로!” (눈웃음 20% 섞은 말투였던 거, 그는 눈치챘을까?) 남편은 잠시 침묵하더니, “…그래, 가끔은 그럴 수도 있지.” 하고 웃더군요. 그리고는 갑자기 자기도 뭘 보더니, 다음 날부터 커피 머신을 알아보기 시작했습니다. “자기야, 이건 '가끔'의 범주 아니잖아…?” 싶었지만, 서로 하나씩 지르는 것도 부부의 재미 아니겠습니까.
☕ 그 이후의 이야기
그날 이후, 남편은 자기가 쓰는 카드 지갑에서 ‘그 카드’를 빼갔어요. “이건 잠시 휴식이 필요하대”라며 웃는데, 어딘가 짠하더라고요. (진심으로는 아님) 향수는 매일 아침 한 번씩, 기분 좋게 ‘슥슥’ 뿌리며 출근 전 루틴이 되었고 ‘지름의 흔적’은 아직도 내 옷장 위 칸에서 영광스럽게 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남편은 가끔, “이 향 맡으면 아직도 그날 카드 알림 문자 떠오른다…”고 해요. 하지만, 제가 향기롭게 다가가면 또 슬그머니 미소 짓습니다.
🎁 결론 (아주 중요함)
✔ 소비는 기분이 확 올라올 때보다는 **“기분이 계속 좋아지게 만들 수 있는가?”**를 따져야 한다는 것.
✔ 가끔의 플렉스는 오히려 관계의 재미가 될 수 있다는 것.
✔ 남편 카드로 향수 한 번 썼다고 사랑이 줄진 않는다. (단, 너무 자주 반복하면... 응, 혼남.)
✔ 그리고 에르메스는, 역시 에르메스다.
💬 여러분은 어떠세요?
여러분은 힘든 날, 자신을 어떻게 위로하시나요? 그리고 그 위로가 '에르메스’ 급으로 확 지르는 스타일이신가요, 아니면 초코 하나, 커피 한 잔으로도 충분한 타입이신가요? 누구나 자기만의 '힐링 방식'이 있겠지만, 저처럼 **“한 번쯤은, 아주 확실하게 나를 위하는 소비”**를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아요. 물론… 가능하다면 본인 카드로요. 😅
'블라블라'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25년 부동산 전망, 진짜 오를 지역은? (0) | 2025.04.02 |
---|---|
2025년 최악의 투자, 이건 피해야 한다 (0) | 2025.03.30 |
요즘 아이들이 숫기가 없는 이유 (0) | 2025.03.19 |
강남은 왜 늘 조롱의 대상일까 (0) | 2025.03.17 |
요즘 초등학교 1학년 한 달 학원비 (0) | 2025.03.17 |